우리는 왜, 부당하게 비싼 가격이나 요금을 '바가지 쓰다' 라고 표현할까요?
'바가지' 인지, '박아지' 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바가지 쓰는 게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바가지(를) 쓰다" 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속임수에 걸려 부당하게 많은 값을 치르거나 어떤 일을 도맡아 책임을 지게 되다' 입니다.
부당한 가격을 치른 사람이 '나'일 경우는 "바가지를 쓰다" 라고 하며 '상대방'일 경우는 "바가지를 씌우다"라고 하죠.
명절과 같은 대목 때나 휴가철 피서지에서 바가지 요금 및 가격이 기승을 부리곤 합니다.
가격 정찰제가 시행되지 않는 후진국이나 제3세계를 여행할 때에 실질적으로 당면하는 문제이기도 하구요.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는 물론, 심지어 미국 여행을 할 때 조차도 우리는 바가지 요금과 부딪혀야 합니다.
지난 주에는, 평소에 가깝게 지냈던 블로거, 'poussin' 님 ( http://blog.daum.net/lavaguelette )이 모로코 여행 차 저희 집에 방문했습니다.
우측 지도에 나타난 갈색 선이 바로 poussin 님의 여행 경로입니다.
모로코 수도인 라바트에서 시작하여 마라케쉬, 와르자자트, 메르주가, 자고라, 아가디르, 사피, 에싸위라, 엘쟈디다, 아제무르, 카사블랑카, 탕제 테투안 을 거친 후 스페인으로 올라가 그라나다를 여행, 다시 모로코로 내려와 페스, 메크네스를 돌고 다시 라바트로 돌아와 한국으로 귀국하는 일정입니다.
모로코와 스페인을 통틀어서 거의 십 수개 도시를 여행하는 가운데 가장 바가지가 심했던 곳은 바로 마라케쉬였습니다.
택시를 타도, 호텔을 가도, 식당에 가도 온통 부당요금이거든요.
다행히 제가 바가지를 조심하라는 언질을 주면서 바가지를 쓰지 않는 방법을 일러주어 그다지 부당한 지출은 없었던 것 같더군요.
poussin 님의 유창한 불어 실력 또한 바가지를 모면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구요.
다음은, 여행지에서 어떻게 하면 바가지 요금 및 가격을 피할 수 있는지에 관한 제 개인적인 요령입니다.
첫째, 물건 값 제대로 흥정하기.
일단, 정찰제가 아닌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 주인이 부르는 가격 그대로를 다 지불하는 어리석음을 범치 않도록 주의하세요.
만원을 부르면 우리는 6~70% 할인한 가격 즉 약 4천원 정도의 가격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가 제시한 가격을 듣고 주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7~8천원을 제시할 겁니다.
그 때 우리는 한 발 양보하는 듯 하면서 5~6천원 정도로 하자고 선수 치며 돈을 꺼내 주인 손에 쥐어주며 어깨를 살짝 톡~톡 치며 어루만지세요.
그럼 우리는 정당한 가격 (원래 가격의 반 값)을 쟁취한 겁니다.
절반을 깎고 싶어서 처음부터 절반 가격을 부르면 결코 50% 할인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없답니다.
아~ 그 때 반드시 주인에게 "My friend" 라는 호칭이나 "My brother" 라는 호칭을 사용하세요. (불어로는 '모나미'가 되겠네요.)
둘째, 택시를 탈 때는 반드시 미터기를 켜는지 안 켜는지 확인할 것~!
미터기 확인은 택시에 탄 직 후, 그러니까 차가 출발해 버리기 전에 확인하셔야 해요.
미터기를 켜지 않은 채 출발하면 목적지에 도착해서 규정 가격의 두 배 세 배, 심지어 열 배, 스무 배까지 터무니 없는 요금을 요구하기도 한답니다.
세째, 택시를 타는 위치도 고려하자.
공항에서 택시를 탈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역 근처에서 택시를 탈 때는 택시를 타는 위치도 중요하답니다.
바로 역 앞에서 택시를 타면 '이 사람은 외지 사람으로서 현재 여행 중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십중팔구는 미터기도 켜지 않고 냅다 달려버립니다. 당연히 요금은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죠.
그래서, 조금 번거롭더라도 역으로부터 멀리 걸어 나와 택시를 잡도록 하세요.
네째, 가이드와 줄다리기를 잘 하자.
가이드 말을 다 들어줄 필요가 없답니다.
가이드에게 휘말리지 말고 자신의 일정을 정확하게 주지시키세요.
구경해야 할 것도 많은데 괜히 이 가게 저 가게 들르며 시간허비 하지 않도록 말예요.
다섯째, 가이드가 안내하는 식당엔 가지 않기.
때로는 가이드가 안내하는 식당이나 가게가 형편없는 경우가 많아요.
비싸기만 하고 맛도 없고...
오히려 가이드가 안내하는 식당 말고 그 근처의 다른 식당이 훨씬 저렴하고 맛있는 경우가 있답니다.
여섯째, 호텔에서는 당당히 요구하기.
호텔의 침구가 지저분하다든지, 더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든지 변기 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든지 등의 불편 사항이 있다면 단 하루 밤을 자더라도 절대로 참지 마세요.
정당한 요금을 내고 이용하는 고객으로서 당당히 요구할 자격이 있답니다.
일곱째, 호텔의 부당한 대우가 시정되지 않을 때에는 이렇게 해 보세요.
직원 선에서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지배인을 부르고 지배인 선에서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총 디렉터를 부르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본사(그 호텔이 체인호텔일 경우) 에 알릴 거라고 해 보세요.
제가 이집트 카이로를 여행 할 때 였습니다.
메르디앙 호텔에 2박을 예약했습니다.
호텔로 가는 길에 우연히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자신의 집에 와서 자라고 간곡히 권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호텔에 가서 예약을 취소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호텔 직원은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24시간 전에 취소를 해야 유효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2박 중 첫날 하루만 숙박하고 두 번째 날은 취소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두 번째 날은 24시간 이전에 취소하는 셈이 되니까요.
하지만 호텔 직원은 "취소는 되지만 요금은 100% 다 내야 한다"고 하더군요.
방에서 잠을 자지도 않고 호텔 시설도 이용하지 않고 조식도 하지 않는데도 수수료조로 방값의 100%를 내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예약취소'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저희는 어이가 없더군요.
취소 수수료가 숙박료의 10% 나 20% 도 아니고 100% 라니...
짧은 영어 실력으로 아무리 항의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 때 저는 좋은 생각이 떠 오르더군요.
"이것 보세요. 지배인~! 메르디앙호텔 카이로 지점의 횡포를 프랑스에 있는 메르디앙 본부에 편지로 알려야겠군요." 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제서야 그들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더니 수수료 없이 두 번째 날의 예약을 취소해 주더군요.
경우도 없고 규칙도 없는 그들에게 권력이란 참 무서운 것입디다~~!! ^^
여덟째, 상인들의 입담이나 상술에 넘어가지 말기.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곧 철수 할 예정이라 싸게 팝니다.", "부도난 회사의 제품이라 반 값에 모시고 있습니다.",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답니다." 와 같은 감언이설에 속아 필요도 없는 물건을 산 적은 없으세요?
이런 상인의 상술은 고도의 심리적 전술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비자로 하여금 제한된 자유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일으키고 있다고나 할까요.
이것을 심리학적 용어로 '막다른 궁지로 몰아넣기 전략'(goosing' em off the fence strategy) 이라고 합니다.
이 때에는 흥분하지 말고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해요.
이 물건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라고요.
실제로 이 물건은 희귀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설령 희귀하다 하더라도 물건의 성능이나 가치가 갑자기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면 상인의 마수로부터 자유로워 지는데 도움이 된답니다.
아홉째, 가게 점원이나 가이드의 과잉 친절을 조심하자.
가이드가 관광객을 어떤 가게로 안내를 합니다.
관광객들은 그 가게에 들어가서 점원으로부터 친절한 안내를 받게 됩니다.
점원은 정말 사근사근한 태도로 설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때로는 음료수나 차를 내어 오기도 합니다.
인간은 원치 않는다고 해서 남의 호의를 쉽사리 거절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음료수나 차를 대접받은 관광객은 가게로부터 신세를 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은 그 점원에게 매이게 됩니다.
그러니까 원치 않는 호의에도 빚진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거죠.
이렇게 내부적으로 느끼게 되는 유쾌하지 못한 느낌(빚진 감정)과 외부적으로 받게 되는 구매의 압박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의 물건을 사 들고 그 가게를 나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저 역시 카이로의 어느 아로마 가게에서 차를 한 잔 얻어 마시곤 1ml에 1달러나 하는 비싼 향료를 30ml나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구입한 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가이드가 안내한 가게는, 물건 매출의 일정 비율이 가이드 몫으로 돌아가므로 물건 값이 결코 정당하지 않답니다.
열째, 꼭 사야하는 물건은 여러 가게의 가격을 비교한 후 결정하자.
여행지에서 뿐 아니라 평소에도, 쇼핑할 때는 반드시 발품을 팔아야 좋은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죠.
가격 대비로 좋은 물건을 싸게 구입했다면 이제 눈 딱 감고 자신이 선택한 상품이 최고라고 생각하세요.
몸도 마음도 즐겁고 유쾌한 여행이 되기 위해서요. ^^
추천을 힘차게 꾹~ 눌러 주세요.~!! ^^
'Life > 이런일저런일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묻지마 저작권 고소' 즉결심판이 해결 (0) | 2009.01.18 |
---|---|
베토벤 바이러스 (0) | 2008.11.11 |
진짜부자 (0) | 2008.09.30 |
'평생 교수' 이젠 옛말 (0) | 2008.09.22 |
독도 (0) | 2008.08.27 |